구세계 박물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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신세계 정신병원에는 몽상의 문법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다

비정형으로 존재해도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

어떤 개인적인 진실이든 수용되는 세계

 

영군은 앞으로도 자신을 싸이보그라고, 전부를 멸망시킬 수 있는 폭탄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갈 테고

비 오는 날이면 일순은 함께 밖으로 나가 번개를 기다려야 한다

 

믿음을 공유한다는 것

 

사실 믿음은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받아들인다는 것

이상해도 모로 보나 병증이어도 결함이거나 자상처럼 기능해도 받아들인다는 것

 

 

 

 

서사의 포커스는 주연 둘에게 가 있지만 화면의 포커스는 그렇지만도 않다

영군이 손가락 끝 총알로 병원을 날려버리는 도중에도 독자적으로 미춘 광인들이 배경을 이룬다

모두가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으니까 산만하게 터져나오거나 일부가 섞이거나 한다

각자의 방식으로 진화해버린 세계

 

 

 

 

이 문단을 지운다

 

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만들어낸 정체성은 간절하다.

 

나기를 그렇게 난 혹은 기억 전부를 구성할 정도로 길게 앓아온 병에게 침범당하는 사람이 환부라고 평가받는 부분을 자아에서 떼어놓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

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 그건 내 진정한 모습이 아니며 더 건전한 모습이 있을 거라고 강요받는 일

고통스러운 것을 안다.

 

부드럽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몸과 보편적인 마음이 필요하기에,

사람은 본능적으로 보편을 꿈꾼다 그 꿈은 대체로 자아에 대한 욕망을 이긴다

차이에 대한 자각은 대다수의 상황에서 고통을 동반한다

 

보편과 다르다는 건 아마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일 테다

 

 

 

 

하얀맨들이 영군에게 악당인 까닭은 할머니를 강제 입원시켜서가 아니라 틀니를 안 가져갔기 때문에

틀니가 있어야 할머니는 쥐가 될 수 있는데 그래야 할머니는 할머니로 존재할 수 있는데.

원래 망상에는 논리가 부재하고

감독은 망상과 상처를 공유하고 인정하는 사랑의 힘 자체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했다

 

그래서 영화에는 함몰된 부분을 복구하고자 하는 시도가 없다

 

착란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영화인데 착란이 아니었으면 해피엔딩이 안 됐겠지.

그런 방식도 사랑이라고 말하니까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거다.

세계를 부수지 않고도 영군은 밥을 먹을 수 있게 돼서.

늙어서도 번개 치는 날이면 옥상으로 달려나갈 거라는 사족을 붙여주니까.

 

소꿉놀이 인생이라도

시작